최근 한국은행이 미 연준에서 발간한 ‘암호화폐(디지털자산) 보고서’를 번역한 ‘연준-암호화폐와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출간해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지난 2일(한국 시각) 한국은행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의 ‘암호화폐 보고서’에 상당 부분 반영해 ‘연준-암호화폐와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간했다.
연준은 지난달 31일 퍼낸 ‘디지털과 금융안정(Financial Stability Implications of Digital Assets)’ 보고서에서 암호화폐 생태계의 구조를 논하고 스테이블코인, 네이티브 암호화폐,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 대출 플랫폼, 중앙거래소, 상호연결성, 규제 등에 따른 잠재적 위험성을 내다본 바 있다.
스테이블코인이란 달러 등 법정화폐와 특정 자산의 가치를 일대일로 추종하는 암호화폐를 뜻하며, 네이티브 암호자산은 블록체인 기술 계층의 가장 밑단에서 블록 생성에 따라 직접적으로 발행되는 유형의 암호화폐로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등이 있다.
한국은행이 번역한 연준의 보고서는 암호화폐를 총 4개 계층으로 나눠진다고 밝혔다. 4개의 계층은 ▲결제 계층(Settlement Layer) ▲자산 계층(Asset Layer) ▲스마트계약 계층(Smart Contract Layer) ▲응용프로그램 계층(Application Layer) 등으로 구분된다.
결제계층은 금융기관의 중개 없이 거래 내용을 직접적으로 기록하는 블록체인 기반 분산원장 기술이다. 결제 계층이 암호화폐 생태계의 바탕을 이룬다는 것이 한국은행 측 설명이다. 또한 자산 계층은 네이티브 암호화폐와 스테이블코인, 기타 디지털 자산으로 구성되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요 네이티브 암호화폐는 투자와 담보자산의 임무를 맡으며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현금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마트계약 계층은 금융회사나 중앙거래소의 터치 없이 프로그램이 가능한 블록체인의 스마트계약 기능을 통해 금융거래를 자동으로 체결하는 기술이라고 정의했다. 응용프로그램 계층 같은 경우 중앙거래소, 전자지갑 등 디지털 거래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지원하는 체계이다.
한국은행은 연준의 보고서를 통해 “응용프로그램 계층에서는 암호화폐가 발행 및 유통된다”라며 “달러 등 법정화폐와 교환거래가 주요 응용프로그램 계층을 통해 이뤄진다”라고 전했다.
미 연준의 ‘암호화폐와 금융안정’ 보고서를 참고해 한국은행은 디지털자산의 위험성으로 ▲대형 스테이블코인의 대량인출 위험성 ▲암호화폐의 고평가 부담 ▲분산금융 플랫폼의 취약성 ▲상호연결성 증대 ▲전반적인 규제 부재 등을 짚었다. 암호화폐 생태계는 지난 5월 스테이블코인 ‘테라(Terra)/루나(Luna)’ 생태계의 붕괴로 인해 그 취약성이 입증된 셈이다.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암호화폐 생태계는 감독과 규제 프레임워크 부재와 신기술과 관련된 새로운 위협 등으로 위험성이 누적되기 쉽다”라며 “현재까지 암호화폐 거래는 주로 생태계 내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전통 금융시스템과의 연계가 제한적이어서 금융안정 리스크가 크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보고서에서 언급된 가장 금융안정 위험성이 큰 암호화폐는 스테이블코인이었다. 보유 담보자산 대량 청산과 암호화폐 시장 전반의 신뢰도 저하 등은 스테이블코인의 금융안정 위험성 요인으로 지목된 사항이다. 한국은행은 일부 스테이블코인은 개인과 기업들의 일반 상거래 지급 결제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으로 목표로 두고 있으나 현재까지 넓은 효용성을 갖지 못한다고 내다봤다.
더불어 보고서는 “향후 스테이블코인이 디지털 생태계를 벗어나 일반 지급 결제수단으로 성장할 때 지급결제시장 내 더 많은 경쟁을 유발하겠지만 후생(厚生)을 제고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라며 “현재 은행 계좌 보유자들의 경우 ‘페드나우(FedNow)’와 같은 실시간 소액지급결제시스템이 도입되면 스테이블코인이 지향하는 목표를 대부분 달성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페드나우’란 연준이 현재 추진 중인 실시간총액결제(RTGS) 방식의 소액결제 시스템이며 입금과 이체 서비스를 포함해 지금 요청 서비스, 계정 정보 유지와 관리 관련 데이터베이스 구축, 사기 예방 체계를 지원한다. 이에 지난달 말 연준 레이얼 브레이너드(Lael Brainard) 연준 부의장은 추후 일 년 내로 ‘페드나우’ 시스템을 가동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었다.
더 나아가 한국은행은 미국 재무부가 다가오는 10월 ‘금융안정감시협의회(FSOC)’ 의결을 거쳐 연준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추후 공개할 현지 ‘암호화폐 보고서’의 상당 부분 그대로 반영될 것으로 분석했다. FSOC는 지난 4월과 7일 두 차례에 걸쳐 미국 ‘암호화폐 보고서’의 내용을 비공개로 논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은행은 “미국의 대통령 금융시장워킹그룹(PWG)이 작년 11월에 발표한 ‘암호화폐 보고서’ 내용과 이후의 규제기관장들의 발언을 종합할 때 오는 10일 발표될 ‘암호화폐 보고서’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도입이 주로 내용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정리했다. 이에 오는 10월에 연준이 스테이블코인 이외의 여타 암호화폐 생태계에 대한 규제 방향 및 필요성을 ‘암호화폐 보고서’를 통해 구체화할 수 있을지 지켜보려고 한다.
한편 지난 7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5%p 인상시키는 사상 첫 '빅스텝'을 시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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