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루나 프로젝트는 폰지와 혁신을 아슬아슬하게 줄타고 있다. 급성장하던 UST의 사용량은 앵커프로토콜 서비스를 통해 연이자 고정 20%를 주겠다며 UST를 스테이킹 하도록 하는 과정에서 끌어올려진 것이 거의 전부다. 연이자 고정 20% 정책을 해제하고 유동성 있는 이자 정책으로 바꿈과 동시에 30%를 주겠다는 USDD 등의 경쟁 서비스 등장에 앵커프로토콜 내 자금들은 빠져나가고 있다.
그렇다고 연이자 20%를 영원히 지속할 수도 없다. 지급할 돈은 급속도로 줄고 있다. 이는 이미 한번 바닥난 경험이 있으며 앞으로도 두세달 뒤면 다시 바닥날 것이 예정되어 있다. 스테이킹된 자산으로 그보다 더 큰 수익을 꾸준히 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자를 지급하기 위해 스테이킹된 원금은 계속 깎여간다. 이 과정이 폰지 사기와 무슨 차이냐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원금이 바닥나가자 루나 재단(LFG, Luna Foundation Guard)는 앵커프로토콜 이자 준비금으로 긴급 자금을 투입하며 당장의 위험은 해소시켰다. 준비금으로 투입된 수 조원은 당연히 재단이 루나를 판 금액에서 온 것일 수 밖에 없으며 해당 판매 과정에서 루나 가격이 올해 초 40달러 초반까지 내려갔던 것으로 추측된다. 별다른 이유 없이 다른 코인들보다 과하게 큰 폭으로 하락했을 뿐더러 그 외에는 루나 재단이 수 조원을 만들어낼만한 수익원이 없기 때문이다.
테라 루나의 알고리즘 상 1UST를 발행은 루나를 소각(Burn)하며 이루어진다고 알려져있다. 그리고 주식이나 코인 등이 ‘소각’되면 가격이 오른다는 것이 통념적인 사실이고 루나에 대한 투자는 줄을 이었다. 하지만 정말 ‘소각’되었을까. 루나가 UST로 바뀌는 과정은 루나가 ‘소각’된 것이 아니라 루나가 ‘매도’되었다는 개념에 가깝다. 시총이 줄기 때문이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봐주려 해도 루나 시총 담보로 LTV 100%짜리의 말도 안 되는 대출을 받는 것에 비유할 수 있겠다. 어느 쪽으로 봐도 기존 통념상 ‘소각’의 개념은 아니다. 루나가 없어진다는 점에서 소각이라는 단어를 쓸 수도 있겠지만 기존의 사회적 통념 속 소각이 아니었고, 이러한 오해 속에서 루나는 끝없이 가격이 상승했다.
하지만 무한정 20%의 이자 지급은 원금이 더 이상 들어오지 않는다면 원금으로 이자를 지급하는 구조상 원금은 점점 말라갈 수 밖에 없다. 이를 위해 권도형은 비트코인 시장 자체를 걸며 배팅했다. 비트코인을 테라 준비금으로 쓰겠다는 것이다. 금 본위제 시대를 넘어서 비트 본위제를 선언하며 진정한 탈중앙화로 나가는 모양새를 보여줬다.
테라의 지급 준비금으로 쓰기 위해 10조 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매입하겠다고 선언한 후 테라는 사실상 공개적인 방식으로 매일 일정 자금 규모의 비트코인을 매입했다. 이는 내일도 모래도 비트코인을 매입할 것이니 비트코인의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불러일으켜 비트코인 가격 상승세를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테라 측의 자금은 3~4조 원이 가용 가능한 거의 전부인 것으로 추측된다. 수조원의 돈이 나올 구석이 루나 판매 자금 밖에 없으며 루나 판매 자금은 3~4조원 근처의 액수일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루나 시총이 너무 많이 빠지면 테라 시총과 루나 시총이 역전되어 테라 자체의 스테이블 성격이 흔들릴 수 있다.
권도형 대표는 테라가 무너지면 비트코인 시장 자체가 무너진다는 취지의 발언을 각종 인터뷰를 통해 했다. 비트코인을 인질로 잡고 테라를 살리라는 시장 자체에 대해 협박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특히 테라의 존폐를 가장 위협하는 것은 웨이브와 트론의 행보다. 최근 웨이브의 USDN과 최근 트론의 USDD 등은 테라 루나의 비즈니스 방식과 투자자 설득 방식 등을 대놓고 카피했다. 다만 웨이브의 USDN은 무리하다가 무너졌고 트론의 USDD는 자금력을 바탕으로 연이자 30% 지급을 보장하며 앵커프로토콜의 자금들을 뺏어왔으며 이는 테라 루나의 시스템을 흔들고 있다. 테라 시스템은 구조상 성장하지 않으면 무너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자금을 뺏기면 멈춘다. 성장하지 않으면 무너지는 구조인 이유는 가장 근원적인 시스템이 앵커프로토콜이기 때문이며, 앵커프로토콜은 폰지 사기 구조이기 때문이고, 폰지 사기 구조는 새로운 자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무너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거의 위기의 순간들에도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어온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대표가 어떤 수를 낼 수 있을지 사뭇 궁금하기도 하지만 걱정이 우선이다. 테라 UST와 달러의 페깅이 풀린 상태로 유지될 경우 루나의 가격은 0으로 점점 수렴한다. UST를 사서 루나로 스왑해서 시장에 팔면 수익이 나는 차익거래 기회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루나가 무한정 상승했던 선순환 구조와 정확히 정반대되는 악순환 구조로 0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이럴 경우 시스템 전체의 붕괴는 시간 문제가 된다.
기존의 USDT나 USDC 등의 중앙화된 스테이블 코인들에 대한 시장의 우려 속에서 탄생한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은 결국 기존의 중앙화된 담보기반 스테이블 코인들보다 더 위험한 구조적 취약성을 보이고 있다. 안전하다던 탈중앙화는 더 큰 취약점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중앙화보다 더 불안전해보인다.
암호화폐에 대한 광기의 흐름과 함께 언제부턴가 이 시장에서 '탈중앙화'라는 단어가 '좋은 것'이라는 뜻과 동일시되는 이상한 현상이 보여왔다. 그렇다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재질문을 할 때가 아닐까. 과연 탈중앙화는 좋은 것 그 자체인가? 중앙화된 것이 더 좋을 수는 없는가? 모든 부분에서 탈중앙화를 하는 것이 마냥 좋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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