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착취물 유포 텔레그램 ‘n번방’의 입장료로 악용된 뒤 국내 거래소에서 퇴출당한 암호화폐 ‘모네로’가 범죄의 온상인 ‘다크웹’에 등장했다.
지난 4일 다크웹에 모네로를 거래하는 웹사이트가 생겨났다. 이 사이트는 한국어로 운영되고 있어 한국인이 제작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현재 생긴 지 채 열흘이 안 된 터라 거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다크웹은 특정 브라우저로만 접근할 수 있는 웹사이트로 인터넷주소(IP) 추적이 어려워 마약 거래 등 사이버 범죄에 자주 악용된다. 일명 ‘다크코인’이라고 불리는 모네로는 암호화폐 중에서도 익명성이 강하고 추적이 어렵다.
모네로는 업비트, 빗썸 등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도 거래가 가능했지만, 성 착취물을 공유한 텔레그램 ‘n번방’과 ‘박사방‘ 입장료로 악용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퇴출당했다. 업비트는 지난 2019년 9월, 빗썸은 지난해 5월 모네로 거래를 중단했다.
당시 빗썸은 “거래소를 통하지 않은 경우, 블록체인 기술상에서 관련 정보의 추적이 어려운 기능적 특성 악용을 예방하고자 거래지원 종료를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업비트도 “외부 네트워크에서의 자금 세탁 및 유입 가능성까지 미연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다크웹에 모네로를 거래하는 사이트가 생겨난 건 국내 거래소에서 모네로의 거래가 막히자 거래 수요가 다크웹으로 이동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크웹을 추적하는 최상명 NSHC 보안업체 수석 연구원은 “국내에서 하루 평균 13,000명 정도가 다크웹에 방문하고 있다”라며 “범죄자들을 비롯해 국내 거래소에서 더 이상 거래를 할 수 없게 된 기존 모네로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가 아닌 다크웹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다크웹 접속 통계를 제공하는 ‘토르 메트릭스’에 따르면, 작년 12월부터 지난 2월까지 3개월 동안 국내에서 하루에 적게는 1만 명 이상부터 많게는 2만 5,000명에 가까운 이용자들이 다크웹에 들어가고 있다. 더불어 모네로 거래 사이트를 포함해 올해만 벌써 10개가 넘는 한국어 사이트가 생성됐다.
모네로 거래 사이트 등장이 반드시 국내 거래소의 거래 지원 종료 때문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다크웹은 워낙 익명 거래로 유명해 모네로 거래 등장은 국내 거래소 퇴출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거래소를 통하면 기록이 남아 추적이 가능하므로 범죄자들이 개인 간 거래를 시도하기 위해 다크웹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다크웹을 통한 심각한 사회 문제들이 계속해서 야기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15일부터 12월 31일까지 불법 마약사범 2천 701명을 검거하고 542명을 구속한 가운데, 이 중 인터넷과 다크웹 및 암호화폐를 이용한 불법유통 사례가 전체의 40%인 1천 87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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