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이달 국회를 통과하며 비트코인의 제도권 진입이 가시화되면서 거래소 등 가상자산사업자(VASP)는 특금법에 발맞출 필요가 생겼는데요. 그중 '암호화폐'라는 용어가 대표적 예입니다.
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 등의 거래소들은 최근 암호화폐를 다른 용어로 바꿔 사용하기 시작했는데요. 특금법에서 암호화폐가 아닌 '가상자산'이란 용어를 사용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암호화폐를 가상자산으로 바꿔 부르는 곳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금법에서 '가상자산'은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가치의 전자적 증표(그에 관한 일체의 권리를 포함한다)를 말합니다. 다만 게임물의 이용을 통해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 등은 제외되는데요. 거래소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블록체인협회 또한 가상자산이란 용어를 쓰고 있습니다. 정부 또한 특금법에 맞춰 가상자산으로 용어를 통일해 사용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지난해 7월만 해도 법무부 자료에는 '가상통화'라는 용어가 쓰이기도 했죠.
하지만 가상자산의 경우 블록체인 기술을 구현한 암호화폐 또는 암호자산을 넘어 너무 광범위한 개념을 다루는 것으로 비쳐 일각에서는 부적합한 명칭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 대형 거래소 중 한 곳인 업비트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을 통합 지칭하는 용어를 최근 '암호화폐(Cryptocurrency)'에서 '디지털 자산(Digital Asset)'으로 변경하고 마케팅하고 있는데요.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업비트에서 거래되고 있는 자산의 유형에 대해 이용 고객에게 명확히 전달하고, 암호화폐를 법적인 자산으로 인정하고 있는 국제적 추세를 반영하는 용어로 '디지털 자산'이 가장 적합하다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자산 또한 아쉬운 지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가령 항공 마일리지, 금융권 포인트 등 디지털로 적립·사용될 수 있는 것들과 구별하기 어렵다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죠.
최근 세계거래소연맹(WFE)은 디지털자산(digital asset)과 암호자산(crypto asset)을 명확히 분류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WFE는 유럽연합 가상자산 규제 프레임워크에 대응하는 단체인데요. 이 단체는 보편적인 크립토 용어 분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산업분야가 생긴 만큼 이와 관련된 다양한 용어들이 쓰인 것은 어찌 보면 법적 공백 속에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는데요. 중요한 건 앞으로입니다. 각국마다 규제 정비가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사용자 혼란을 줄이고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용어 정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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