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에서 촉발된 '두 대통령 사태'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단을 기다리는 가운데 국가주도 암호화폐의 상징인 베네수엘라 페트로(petro)의 지속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난을 겪는 신흥국은 그 동안 암호화폐(크립토) 개발에 앞장서 왔다. 특히 인플레이션과 유가하락 '이중고'로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 외에, 이란이 미국의 경제제재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크립토를 채택해 왔다.
페트로(petro, PTR)는 석유매장량을 담보로 한 세계 최초 '중앙은행 발행 디지틀화폐(CBDC)'다. 니콜라스 마두로(Nicolas Maduro)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페트로를 국가적 프로젝트로서 추진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출시된지 불과 10개월남짓 된 새내기통화 페트로를 볼리바르화 대비 40퍼센트 평가절상한다고 발표했다. 출시된 지 고작 1년된 페트로는 임금 지불과 상품, 여권수수료 결제수단으로 유통되는 등 세금 신고도 되고 있다. 이러한 정부 드라이브로 페트로는 강제적으로 자리를 잡는 형국이었다.
그러던 것이 지난 11일(현지시각) 후안 과이도(Juan Guaido) 국회의장의 '셀프 대통령' 선언으로 전환점을 맞이한 것이다. 후안 과이도는 우파 성향의 대통령으로 미국, 영국 등의 지지를 받고 있다. 과이도는 지난해 치뤄진 베네수엘라 대선이 불법이라는 입장이며, 마두로와 반대 노선을 걷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두고 베네수엘라의 암호화폐 정책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과이도를 위시한 정권교체가 진행될 시 기존 마두로 대통령이 추진하던 페트로 유통 정책이 흔들리는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란의 암호화폐 체제는 베네수엘라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견고하다. 이란은 전 세계에서 비트코인(BTC) 채굴 열기가 가장 강한 나라다. 작년 말 이란 정부는 채굴을 국가 공식 산업으로 지정했으며, 로컬 시장에서 비트코인은 다른 국가대비 비싸게 거래된다. 이란 중앙은행이 상업은행의 크립토 거래를 금지했지만 그 인기는 식지 않고 있다. 이는 이란이 미국의 경제제재 대상으로 금융 우회수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금세탁 등을 막기 위해 이란 은행의 미국과의 거래를 전격 금지했다. 미 정부는 블록체인 역시 우회수단으로 보고 추후 이란 금융회사의 크립토 개발도 제재할 방침이다.
현재 이란은 베네수엘라 이후 국가주도 암호화폐를 출시할 가장 유력한 나라다. 이란은 현재 은행과 전자결제 등에서 사용 가능한 '국가주도 크립토(state-backed cryptocurrency)' 출시가 점쳐지고 있다. 아울러 이란, 러시아, 아르메니아 간 체인포인트(Chainpoint) 서약에 따르면 이란은 이들 은행간 중앙화된 블록체인 결제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란 일부 은행은 현재 시중은행간 국제결제망인 스위프트(SWIFT) 체제에서 빠져있다. 중앙화된 결제시스템을 개발하게 되면 이란 등 신흥국 버전의 또다른 SWIFT가 등장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