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암호화폐 넘어 블록체인 기술을 바라봐야

우리는 지난 반년 남짓한 시간동안 비트코인 가격 폭등과 폭락을 경험했습니다. 물론, 엄청난 변동성은 암호화폐 가격에 모든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하지만, 우린 가격 너머의 본질을 바라봐야할 시기입니다. 가격의 등락과 무관하게 블록체인 기술은 중개자를 종말시키기 위한 혁신을 꾀하고 있고,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블록체인 창시자들의 미래를 창조하기 위한 열띤 토론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블록체인 산업도 정부의 규제와 암호화폐 거래소의 다양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지속 생태계가 풍성해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스케일의 블록체인 프로젝트(ex.아이콘, 팬텀)가 속속 등장하며 아시아에서 중국 다음으로 큰 블록체인 산업 중심지로 도약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에 "체이너스2018" 행사를 준비하면서 대한민국은 이미 글로벌 블록체인 산업의 중요한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70여 글로벌 블록체인 프로젝트와 수많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서울로 모이게된 것은 한국이 세계 블록체인 산업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없다면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찌보면 세계 블록체인 업계가 인정하는 한국의 위상을 우리만 평가 절하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2. 5백만 청년 암호화폐 투자자는 소중한 인적 자원

5백만여명에 달하는 암호화폐 투자자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높은 침투율을 자랑합니다. 이들 투자자는 대부분 2~30대 청년들입니다. 기성세대에선 이들 젊은 암호화폐 투자자들을 "투기"세력으로 간주합니다. 하지만, 저의 생각은 다릅니다.

블록체인으로 검색하면 유튜브, 스팀잇, 네이버 블로그에 수많은 분석 영상과 글이 넘쳐납니다. 대부분 2~30대 청년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자신들의 생각과 분석의 결과를 공유한 내용입니다. 이러한 분석의 내용 중에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소중한 인사이트를 담은 내용이 상당합니다. 심지어는 한국 대학생이 분석한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대한 내용이 영어로 번역되어 미국과 전세계에 수천번 공유되는 사례도 보았습니다.

한국의 핵심자산은 언제나 그렇듯이 사람입니다.

제조, 반도체, 인터넷, 바이오 산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우뚝 서게 만든 것은 오직 사람의 역량이었습니다.

블록체인 시대에도 마찬가지 입니다. 우리의 잠재력은 바로 우리 자신들에게 있는 것입니다. 그걸 절대 평가절하해선 안된다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최근 1~2년의 기간동안 한국산 블록체인 산업 관련 컨텐츠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풍부해지고 있습니다. 엄청난 가치를 지닌 누적된 컨텐츠들은 뛰어난 청년 분석가들의 공헌입니다. 소중한 것을 절대 짓밟아선 안되겠습니다.

3. x10, 블록체인 산업의 속도

이제 속도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합니다. 블록체인 산업의 템포는 전통 스타트업보다도 10배는 빠릅니다. 벤처투자가 7년 정도의 회수기간을 나타낸다면, ICO는 창업후 6개월이면 가부간의 결정이 납니다. 상장까지 1년 남짓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엄청난 속도 차이입니다. 우리의 빨리 빨리 문화와 완전 잘 맞는 속성입니다. 기다림을 힘들어하고 빠른 변화와 속도를 즐기는 우리 민족에게 블록체인은 딱 맞는 옷일지 모릅니다.

4. 블록체인 산업의 다양한 문제점

(1) 중앙화된 거래소의 문제

현재 블록체인 산업은 여전히 인터넷 초기처럼 태동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문제점도 많습니다. 중앙화된 암호화폐 거래소는 해킹과 윤리적 이슈를 제기하며 신뢰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궁극에는 3세대 블록체인의 한 축인 상호운용성을 중심으로 탈중앙화된 거래소가 등장할 것이고 이러한 시도가 현실화되는 시점에선 언젠가 해결될 이슈라 전망합니다. 즉, 중앙화된 거래소가 해결하기 보다는 중앙화된 거래소가 사라지면서 참여자의 월렛이 분산화된 거래소의 일부분 역할을 하면서 중앙화된 거래소의 문제를 사라지게 만들 것입니다.

(2) ICO 관련 문제

ICO를 빙자한 다양한 윤리적 문제점도 불거지고 있습니다. 뜨거운 암호화폐 투자열기를 이용하여 ICO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혁신의 통로가 아닌 쉬운 돈을 얻을 수 있는 기회로만 활용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는 산업 초기의 미성숙에서 비롯된 문제라 판단합니다.

최근 글로벌 대형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경우 자발적인 내부통제 강화를 통해 재단 자금운용의 투명성을 중요시하는 추세입니다. 분기별 외부 회계/법률 보고서 발간, 재단의 자금을 소수의 경영진이 유용할 수 없도록 시스템적인 통제를 가하고, 백서에 아예 자금의 사용을 철저히 통제할 계획과 실행방안을 구체적으로 기재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러한 내부통제 방안이 없으면 진정 글로벌 대형 프로젝트로 성장할 수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바람직한 산업 진화의 방향성이라 판단하고, 한국에도 빨리 이러한 내부통제 강화에 대한 자율적 노력 움직임이 전파되길 기원하고 저 또한 노력하고자 합니다.

결국 블록체인 산업은 전통 중개자가 있는 산업 구조보다 더 개선되어야 합니다. 블록체인 간의 경쟁은 무의미합니다. 전통 산업보다 더 우월한 무언가를 확실히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 핵심 중 하나가 바로 공정성, 투명성입니다. "분산화"란 정신에는 중앙 집중에서 오는 다양한 대리인 문제를 애초에 없애려는 시도가 담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5. 블록체인, 전통산업 대비 경쟁우위를 증명해야

현재 이더리움과 이오스의 경쟁은 이런 측면에서 매우 철학적 논쟁을 그 근간에 깔고 있습니다. 직접 민주주의(PoS, 지분증명방식 합의알고리즘)와 간접 민주주의(dPoS, 위임지분증명방식 합의알고리즘)의 대결은 흡사 아테네 아고라에서 펼쳐졌던 열띤 토론을 연상시킵니다. 수백년후 인류는 지금 이시기의 논쟁을 역사책에 큰 의미로 기록할 지도 모릅니다.

두 세력간의 경쟁은 결국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건전한 긴장감을 조성한다고 봅니다. 산업 발전에 공헌을 하고 있는 것이죠. 이제 전력낭비 이슈로 블록체인을 공격하는 것은 우매한 일이 되었습니다. 비트코인의 PoW 작업증명방식만이 이러한 비난에 취약할 뿐 최근 블록체인 산업을 리딩하는 이더리움, 이오스가 지향하는 방향에는 전혀 무관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블록체인 산업의 가장 큰 도전은 제대로된 응용 사례를 찾아내는 일일 것입니다. 중개자를 무의미하게 만들면서 폭발적 가치를 창조한다는 명제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구체적으로 실제 비즈니스에 적용되어 나타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Killer Use Case를 향한 경쟁이 올해 블록체인 산업의 최대 이슈인 것입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블록체인 기술의 실제 응용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금융, 광고, 데이터 산업 등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블록체인 응용에 대한 흥미로운 시도들을 깊숙히 들여다보면서 한국산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글로벌 스케일로 성장시켜나갈 아이디어를 얻어야 할 때입니다.

6. 결론 : 과감한 규제완화와 자율적 정화가 답

블록체인 산업은 한국에게 엄청난 기회입니다. 인재 중심, 컨텐츠 중심의 산업구조와 빨리빨리 문화는 한국적 강점을 십분 발휘할 근거입니다. 정부에서 규제하고, 전통 언론에서 의심과 우려로 바라봐도 한국의 블록체인 산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뽐내며 지속 발전할 것입니다.

따라서 정부는 선택해야 합니다. 이 산업에 집중할 것인가 아닌가. 집중하면 한국의 블록체인 산업은 더욱 빠르게 강력하게 글로벌 영향력을 확보할 것이고 아니면 국가적 경쟁력은 낙후된 상태에서 개별 프로젝트의 창업가들 몇몇만 해외에서 성공하는 사례가 이어지는 정도가 될 것입니다. 이미 전세계적 스타트업 창업 붐은 블록체인 산업으로 융합 진화하고 있습니다.

한국 스타트업의 한계였던 글로벌 진출을 블록체인이란 성장엔진을 붙여주어 국경을 뛰어넘는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도록 방향을 제시해주어야 합니다. ICO와 암호화폐 투자는 죄악이 아니라 일정한 테두리 안에서 자유화하는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스캠성 ICO는 막되, 내부통제를 자율적으로 강화한 ICO프로젝트는 글로벌 프로젝트로 육성 발전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응원과 지원을 보내줘야 합니다. 한국 청년들도 글로벌 블록체인 담론의 중심축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사실 장기적 생태계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의 의지보다 블록체인 참여자들 스스로의 노력이 더 중요합니다. 당장 ICO 펀딩에만 급급하면 더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합니다. 글로벌 프로젝트를 경쟁상대 삼고, 세계 어디에도 없는 새로운 시도로 인류의 습관을 변화시킬 상상력을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블록체인엔 어떤 중개자도, 국경도 없으니 한국에 있다는 것이 글로벌로 성장하는데 장애가 되지 않습니다. 상상력을 스스로 제약하지 않기만 하면 글로벌 프로젝트를 다수 창조해내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블록체인에 더 긍정적 에너지를 집중하길 희망합니다.

정주용 경영/투자 칼럼니스트 비전크리에이터 대표이사  |  [email protected]

출처 : http://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340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