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로망은 무엇일까? 누가 뭐라해도 그 답은 바로 '로맨스'일 것이다. 순정만화나 로맨스 드라마를 보면서 두근거려 잠 못 이루던 시절이 당신에게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달콤한 연애를 꿈꾼 적도 있을 것이다. 오늘은 당신의 그런 소녀 시절 연애 세포를 깨워줄 영화를 골라봤다. 바로 넷플릭스에서 배급하는 하이틴 로맨틱 코미디 영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이하 내사모남)이다. 이 영화가 바로 '영읽녀'의 세 번째 픽이다.
'내사모남'은 한국계 미국인 작가인 제니 한이 지은 동명의 영 어덜트 소설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 한국계 작가가 썼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소설 속에서도 주인공 라라 진은 한국계로 설정되어 있다. 항상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조연으로 밀려나는 동양인들을 보며, 작가는 이들이 주인공인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이 작품. 소녀들의 로망을 제대로 자극하는 이 소설은 발매 즉시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 명단에 올라갔다. 그리고 이 소설의 매력을 발견한 여러 유수의 영화 제작사로부터 러브 콜을 받았다.
하지만 이 소설의 영화화는 결코 쉽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다수의 영화 제작사들이 주인공을 백인 소녀로 바꾸고 싶어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원작자인 제니 한은 미국에서 소수라 설 자리가 적은 동양인 소녀 주인공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강경하게 나섰다. 그 때문에 많은 제작사가 아쉬워하며 물러났다. 그리고 단 한 곳의 제작사만이 원작자의 의견을 수용해 아시아인이 주인공인 영화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그리하여 탄생한 것이 이 영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이다.
우여곡절 끝에 제작된 이 매력적인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주인공은 베트남계 미국인인 배우 라나 콘도르가 맡았다. 콘도르는 '엑스맨: 아포칼립스' 의 쥬빌리 등 할리우드에서 오래 활동한 경력을 갖고 있다. 콘도르는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백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주인공 '라라진 송 코비' 역을 맡았다. 라라진은 평범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여고생으로, 지금까지 살면서 짝사랑한 5명의 남자들에게 쓴 자기만의 러브레터를 혼자서 고이 간직하고 있다.
라라진은 하나뿐인 언니인 마고의 남자친구이자 자신의 오랜 소꿉친구인 조시를 짝사랑하고 있기 떄문에 괴로워한다. 그러다 언니인 마고가 스코틀랜드 대학으로 유학을 가면서 조시와 헤어진다. 하지만 언니 때문에 조시와 서먹하게 지내는 라라진. 그러던 어느 날, 라라진은 자신의 방에 고이 숨겨둔 러브레터가 다섯 남자 모두에게 전송됐다는 걸 알고 경악한다. 그 다섯 남자 중에는 조시도 있고, 한때 라라진의 절친이었던 젠의 남자 친구이자 학교에서 제일 가는 킹카인 피터카 있다.
피터는 라라진에게 러브레터를 받고 자신에게는 젠이 있다고 거절하지만, 자꾸만 러브레터에 대해 물으려 찾아오는 조시를 피하려는 라라진에게 기습 키스를 당한다. 얼마 안 가서 피터 역시 젠의 변덕으로 헤어지고 만다. 젠에게 미련이 남아 있던 피터는 러브 레터를 핑계로 라라진에게 '가짜 연애'를 하자고 제안한다. 그렇게 해서 젠의 질투를 불러일으켜 다시 돌아오겠다고 할 작정이었던 것. 조시와 거리를 둘 명분이 필요했던 라라진은 피터의 제안에 응하고 두 사람은 그렇게 '가짜 연애'를 시작한다는 게 줄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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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청춘 로맨스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하이틴 로맨스는 원래 그런 맛으로 보는 것이다. '내사모남'은 하이틴 로맨스의 공식을 충분히 따라가면서도 기존 미국 하이틴 로맨스와는 또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피터와 라라진은 성적으로 개방된 미국에서 제작된 로맨스 영화 치고 상당히 정숙하고 건전한 연애를 하며, 두 사람의 심리 변화와 서로 진심을 알게 되는 과정에 특히 중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주인공인 '라라진'이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점에서 한국 관객들에겐 더욱 특별한 의미를 남기고 있다. 백인 아버지가 세 자매를 위해 한국 요리를 만들어주는 모습이나, 라라진이 피터에게 한국 요구르트를 맛보게 하는 등 깨알같은 한국과의 연결 고리가 영화를 색다르게 만들어준다. 미국 영화의 관점에서 바라본 한국 문화가 다뤄져 있다는 것이 '내사모남'의 또다른 특징 중 하나이다. 비도 내리고 외출도 힘든 요즘, 여자들이여 집에서 '내사모남'을 살펴보면서 그 시절 감성으로 돌아가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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