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평화가 경제”라며 ‘동아시아철도공동체’와 ‘통일경제특구’라는 비교적 새로운 구상을 제시했다. 강원도, 경기도의 접경지역을 경제특구화해 남북 경제협력을 촉진하고, 주변국까지 참여하는 철도공동체를 만들어 유럽과 같은 다자협력체제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판문점선언 이행의 속도가 나지 않는다’며 불만을 표하는 상황에서 남북은 물론 주변국까지 참여하는 다자협력의 구체적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북한의 비핵화 과정을 추동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평화가 정착되면 경기도와 강원도의 접경지역에 통일경제특구를 설치할 것”이라며 “많은 일자리와 함께 지역과 중소기업이 획기적으로 발전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판문점선언에서 합의한 철도, 도로 연결은 올해 안에 착공식을 갖는 것이 목표이다. 철도와 도로의 연결은 한반도 공동번영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철도, 도로 현대화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27 정상회담 당시 가장 관심을 보인 분야이고, 북한은 최근 남북 고위급회담에서도 이 분야 협력을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이 연내 착공이란 목표 시한을 제시한 것이 북한에 인센티브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남북한과 중국, 러시아, 몽골, 일본 등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 참여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 공동체는 우리의 경제지평을 북방대륙으로 넓히고 동북아 상생번영의 대동맥이 돼 동아시아 에너지공동체와 경제공동체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는 동북아 다자평화안보체제로 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1951년 유럽 6개국이 만든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에서 착안했다고 밝혔다. 이 기구는 프랑스, 독일 등이 2차 세계대전의 참화 위에서 전쟁방지, 평화구축, 경제재건을 목표로 설립했고 훗날 유럽연합(EU)의 모체가 됐다.
문 대통령의 이날 경축사는 ‘평화대박론’으로 표현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남북경협의 낙관적 전망에 많은 비중이 할애됐다. 그러면서도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어야 본격적인 경제협력이 이뤄질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있지 않으면 이러한 구상이 탄력을 받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평화경제, 경제공동체의 꿈을 실현시킬 때 우리 경제가 새롭게 도약하고 민족 모두가 함께 잘사는 날도 앞당겨질 것”이라고 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철도 연결, 지하자원 개발 등으로 향후 30년간 경제적 효과가 적어도 17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보고서 전망을 인용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금강산관광으로 8900여명의 일자리를 만들고 강원도 고성의 경제를 비약시켰던 경험이 있다. 개성공단은 협력업체를 포함해 10만명에 이르는 일자리의 보고였다. 지금 파주 일대의 상전벽해와 같은 눈부신 발전도 남북이 평화로웠을 때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출처 :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