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전 수행비서에 대한 성폭력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1심 재판부가 무죄판결을 내리자 여성단체들은 반발했다.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는 14일 오전 11시 30분쯤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참담하고 가슴 아픈 순간”이라며 “재판부가 우리 사회의 합의와 변화를 읽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피해자 변호인을 맡은 정혜선 변호사는 “피해자가 3월 5일 자신의 피해사실을 말한 뒤 5개월 동안 피고인의 혐의를 증명하기 위해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고 기억기를 반복했지만, 피해자의 진술을 재판부가 너무도 쉽게 배척했다”며 “(재판부가) 성폭력 사건의 특성이나, 사회적 의미와 무게감에 대한 이해 없이 너무도 쉽게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권김현영씨는 “오늘 판결은 1994년 한국 최초의 성희롱 판결이 있었던 23년 전보다 훨씬 후퇴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존재하고 있는 불평등에 대해서 재판부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고, 이런 재판부가 우리의 현실을 판단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며 “재판부가 했던 끔찍하고 비현실적인 이 판결이 우리 사회의 더 나쁜 부분, 불평등한 부분, 더 문제적인 부분들을 훨씬 더 강화시킬 것이라는 생각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하경주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소장은 “피해 경험을 말하지 못하게 하는 사회적 압력은 성폭력의 예방과 근절을 더욱 어렵게 한다”며 “그 문제가 해결되는 경험을 해야 할 때이고, 우리는 끈질기게 싸우고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피감독자 간음 등의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 사건에 대해 “증거가 부족한 이 사건에서 피해자가 나름의 방식으로 거절했다 하더라도 현재 우리 처벌 체계 아래서는 처벌 대상 되는 성폭력 범죄로 볼 수가 없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출처 : 경향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