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동발전이 북한산 석탄을 수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그동안 남동발전의 석탄 수입 관행에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다. 일단 석탄 공급선인 러시아 업체에 대한 기본 정보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억원 상당의 거래를 추진했기 때문이다. 대형 발전공기업이 무역중개업체를 전적으로 믿고 러시아 광물업체와 ‘깜깜이 거래’를 한 셈이다. 중개 역할을 한 무역업체는 국내 대형 철강회사에도 석탄을 공급한 이력이 있어 불법 유입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6일 남동발전이 대구세관 조사과에 제출한 문답서에 따르면 강원 강릉시에 있는 남동발전 영동에코발전본부는 2007년 말부터 해외에서 무연탄을 구매했다. 북한산으로 의심받는 무연탄은 지난해 8월28일 입찰 공고를 거쳐 9월15일 경북 포항시에 있는 국내 무역중개업체 ㄱ사와 계약을 체결해 러시아 광물업체 ㄴ사로부터 수입한 것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 홀름스크항(Kholmsk port)에서 무연탄 5119t을 선적한 샤이닝리치호가 같은 해 10월12일 동해항에 도착했다. 이어 같은 달 27일 러시아 나홋카항(Nakhodka port)에서 무연탄 4584t을 실은 진롱호가 동해항에 들어왔다.
ㄱ사의 해외 공급선인 ㄴ사에 대해 남동발전 측은 “ㄴ사를 실제 방문한 적이 없고, 연락처 등 거래 관계자 성명 등은 알지 못한다”면서 “ㄱ사는 ㄴ사에서 생산한 러시아산 무연탄을 공급해야 할 의무를 갖고 있으며, 계약상대자가 제출한 서류를 신뢰했다”고 진술했다. 만약 ㄱ사에서 ㄴ사가 아닌 ‘제3의 업체’에서 공급한 무연탄을 남동발전에 납품했더라도 이를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이 결여돼 있던 것이다. 남동발전 관계자는 ㄱ사에 대해서는 “수입무연탄 무역업체로서 주로 국내 철강회사에 석탄을 공급하는 회사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당초 남동발전과 국내 무역중개업체 사이에 작성한 최초 계약서에는 무연탄 선적지가 나홋카항 1곳으로 기재돼 있다. 그러나 중간에 ㄱ사에서 ‘공급 일정 준수’ 등을 이유로 일부 물량을 홀름스크항에서 선적하겠다고 하면서 선적지가 2곳으로 늘어났다. ㄱ사는 남동발전에 “ㄴ사가 사할린 지역민을 위한 난방탄 국가 입찰에 낙찰돼 해당 지역에 무연탄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선적에 장애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 내륙에 위치한 ㄴ사가 굳이 사할린섬에 있는 홀름스크항에서 무연탄을 선적한 배경에 의문이 남는다.
무연탄을 국내로 운반한 샤이닝리치호와 진롱호의 항적도 미궁이다. 이들 선박이 북한을 들러 동해항에 입항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동발전 관계자는 문답서에서 “주변에서 선박 항로를 볼 수도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있다고 해 휴대전화로 해당 선박의 항적을 검색해 본 기억이 있다”면서 “샤이닝리치호의 경우 홀름스크항, 진롱호의 경우 나홋카항 인근에서부터 항적을 본 것으로 기억된다. 항로 추적 자료는 남아 있지 않다”고 진술했다.
일부에서 무연탄 성분 분석을 통해 러시아산과 북한산을 구별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남동발전 관계자는 “성분 검사 결과 기존 러시아산 무연탄과의 큰 차이는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향후 관건은 남동발전에서 ㄱ사에 지급한 대금이 북한으로 유입됐는지 여부다. 남동발전은 지난해 12월21일과 올해 4월20일 각각 46만6301달러(5억2388만원)와 39만2979달러(4억4151만원)를 무연탄 수입대금으로 ㄱ사에 지급했다.
출처 :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