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을 새로운 금융 시스템으로 인정해야 합니다. 정부가 암호화폐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나 합리적 규제를 만들지 않고 방치한다면 해외 암호화폐공개(ICO) 시장으로 국부만 유출될 뿐입니다.”
ICO주간사인 비크립토의 김문수(사진) 대표는 토큰이코노미(암호화폐 경제)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최근 서울 강남구 엔스페이스에서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의 주최로 열린 ‘굿 인터넷 클럽’ 강연 후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가격 급등락이나 부실한 ICO를 문제 삼아 암호화폐를 무조건 매도할 것이 아니라 옥석을 가리고 좋은 기업을 더 알리는 것부터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비크립토는 리버스 ICO(기존 기업의 암호화폐 발행)를 비롯해 기업이 ICO를 할 때 토큰 모델을 설계·자문 하고 있다. 코오롱그룹의 환경·에너지사업 계열사인 코오롱에코원이 일반 가정에서 환경 에너지 운동에 동참하면 코인을 제공하는 블록체인을 연구하는 데 비크립토가 자문했다. 또 최근 암호화폐 발행을 결정한 환경재단과도 손잡았다.
김 대표는 강연에서 “넷스케이프 창업자인 마크 앤드리슨은 10년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3,000억원 규모의 암호화폐 전문 펀드를 만들고 자산 500조원인 헤지펀드 블랙록은 암호화폐 전담팀을 구성했다”며 “금융의 관점에서 보면 토큰이코노미는 이미 시장에 펼쳐져 있고 뜨거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토큰이코노미는 블록체인 생태계 참여자들이 인센티브로 받는 암호화폐가 통용되는 경제를 의미한다. 김 대표는 “일본 도쿄의 롯폰기힐스에서 1억원이 넘는 초고가의 시계도 암호화폐로 결제할 수 있는 세상”이라며 “인터넷이 비가역적 변화를 가져왔듯이 블록체인이나 토큰도 이제 사라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다만 수많은 기업이 코인을 발행하면서 만든 버블은 경계했다. 그는 “지금껏 발행된 3,000여개의 암호화폐 대부분이 상장가격과 비교해 폭락했고 재기의 가능성도 없다”며 “이들과 다른 성장성 있는 기업은 가려져야 하고 이들에게는 토큰이코노미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기업 ICO를 설계·자문할지 말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최고경영자(CEO)의 생각의 크기와 역량, 기업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 포부를 갖고 있는지를 꼽았다. 그는 “일부 스타트업들이 자기의 역량을 뛰어넘는 거액의 자금을 받아 아찔해하는 상황이 종종 벌어지는데 ICO가 손쉬운 펀딩 도구로 인식돼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수능 전문 업체인 이투스·스마투스 등을 창업하는 등 18년간 학습 콘텐츠 사업에 몸담은 교육 전문가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기업 내 교육용 도구로 활용하려는 고민이 토큰비즈니스로 이어졌다. 그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디지털전략기획MBA 주임교수도 맡고 있다.
그는 “강대국들이 금융을 놓고 싸우는 상황에서 우리도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국가 차원에서 걱정해야 할 시기”라며 “앞서 나가려면 결국 새로운 시장에 먼저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암호화폐를 무조건 백안시하는 정부가 과연 앞서 가기 위한 진취적 사고를 갖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금융선진국을 쫓아가기만 할 것이 아니라 이제 선진국들이 새로운 금융산업을 선도하는 한국을 배우러 오는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박현욱기자
출처 :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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