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자치단체 ‘금고지기’를 놓고 시중은행 간 물밑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전체 17곳 중 올 상반기에 신한은행(제1금고)을 선택한 서울시를 제외하고 하반기에 인천·전북·제주·세종 등 4곳에서 새 금고를 선정한다. 연간 운용 예산이 20조원을 훌쩍 넘기는 데다 각종 수수료 수익, 브랜드 이미지 제고, 사업 영역의 다변화를 꾀할 수 있어 은행들은 사활을 걸고 뛰어들고 있다.
31일 은행권에 따르면 인천시는 2019년 1월1일부터 2022년 12월31일까지 시 예산과 기금을 관리·운용할 금고를 선정하기 위해 지난 30일 금고지정 공개경쟁 공고를 냈으며 오는 16~22일 신청서를 접수한다.
인천시 1금고는 신한은행으로 일반회계, 공기업특별회계, 기금 등 8조1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관리·운용하고 있다. 2금고인 농협은 기타특별회계 1조4000억원을 맡고 있다. 이는 서울시(32조원), 경기도(20조원), 부산시(11조원)에 이어 광역단체 중 4번째 규모다.
인천시는 8일 설명회를 개최하고 접수와 평가위원회 평가를 거쳐 9월 초 시 금고를 최종 선정한 뒤 10월 금고약정을 체결할 계획이다. 은행권에서는 신한, 농협, 국민, 우리, 하나 등 5개 은행이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보고 있다. 2007년부터 12년째 인천시 1금고를 맡고 있는 신한은행은 시 금고 평가 항목 중 배점이 높은 금고업무 관리능력과 금융기관 신용도 등에서 강점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은행은 지난 20일 연수원이 있는 경기 용인이 아닌 송도컨벤시아에서 임직원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열기도 했다.
지주 차원에서 공격적 유치전에 나서고 있는 하나은행은 2012년부터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하나금융타운을 조성 중이다. 최근엔 인천 청라 국제도시에 있는 하나금융그룹 통합 데이터 센터에서 ‘상생형 공동 직장어린이집 100개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사회공헌 자문기구인 사회공헌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오랫동안 공을 들여왔다.
104년간 지켜온 서울시 금고지기 자리를 신한은행에 뺏긴 우리은행은 올 초부터 인천시 금고 입찰 태스크포스를 운영하며 자존심 회복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1금고 운용 경험이 없는 KB국민은행은 이번 인천시 금고를 따내 기관 영업에 본격 나선다는 계획이다.
세종, 전북, 제주 등 3곳도 연내 새 금고지기 선정 절차에 돌입한다. 세종은 정부 부처들이 밀집해 있어 우량 고객들이 많다는 점에서 시중은행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고, 농협이 터줏대감으로 있는 제주와 전북 역시 시중은행을 비롯해 지방은행들도 입찰전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16조원 규모의 서울 25개 자치구도 연말까지 새 구 금고를 선정한다. 현재까지 우리은행이 24개구, 신한은행이 1개구를 맡고 있으며, 최근 도봉구와 구로구가 우리은행을 선정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막대한 출연금을 부담해가면서 자치단체 금고를 유치하려는 이유는 금고를 유치하게 되면 기관 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면서 각종 수수료 등의 수익을 얻게 되기 때문”이라며 “여기에 우량 고객인 공무원과 가족, 산하단체 임직원들까지 신규 고객으로 확보하게 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출처 : 경향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