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폭염에 따른 냉방 수요 증가로 주택용 전기요금 인하 요구가 빗발치는 가운데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 안에서는 2016년 말 누진제 개편 때와 달리 신중론이 우세하다. 이미 한 차례 개편으로 전기요금이 대폭 인하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누진제 개편보다 일시적인 요금 인하 같은 특별대책을 검토 중이다.
31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2016년 12월13일 누진제 개편으로 주택용 전기료는 대폭 경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6단계 11.7배수’이던 누진제를 ‘3단계 3배수’로 완화했다. 당시 폭염에 ‘폭탄·복불복 요금’ 논란이 일자 누진제가 만들어진 2004년 이후 12년 만에 3단계로 요금 구간을 단순화하면서 경감시켰다.
예컨대 올여름 월평균 전력사용량이 350kwh인 도시 거주 4인 가구를 기준으로, 소비전력 1.8㎾인 스탠드형 에어컨을 한 달간 하루 10시간씩 틀면 평소보다 17만7000원의 요금을 더 내야 한다. 그러나 2016년 누진제 개편이 되지 않았다면 이보다 22만1000원이나 많은 39만8000원을 추가로 납부해야 했다. 1년7개월 만에 요금 부담이 55.5% 감소한 셈인데 다른 공공요금에 비해 인하 폭이 크다.
요즘 한전에선 추가 누진제 개편에 부정적인 여론이 우세하다. 월 1000kwh 이상 쓰는 ‘슈퍼 유저’는 여름철 전기사용량 기준 상위 0.1%에 해당한다. 이들의 무분별한 사용을 제어하기 위해서라도 누진제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간 누진제에 반발한 소비자들의 소송이 잇따랐지만 법원들도 한전 손을 들어줬다.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은 “필요 최소한의 전기사용량 구간에 낮은 요금을 책정하고, 높은 사용량 구간에 높은 요금을 책정하는 누진제 방식은 한전의 이익 추구보다 전기가 ‘한정된 필수공공재’라는 점을 고려한 소비 절약의 유도 및 적절한 자원 배분 등 사회정책적 필요가 주된 목적”이라고 판결했다.
산업부에서 장기적인 대안으로 제시한 ‘계시별 요금제’ 도입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주택용은 산업용과 달리 시간대별 차등요금을 부과할 경우 오히려 대다수 가구에선 요금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일례로 전기요금을 아끼려고 세탁기나 건조기 등을 경부하시간대(오후 11시~오전 9시)에 돌리거나, 거꾸로 요금이 비싼 겨울철 최대부하시간대(오후 5~8시, 오후 10~11시)에 전기난방을 줄이는 것은 현실에선 어렵다.
다만 정부는 올해 무더위가 ‘특별재난’에 가깝다고 보고 한시적 요금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앞서 2015년 7~9월에 4인 도시가구 평균 월 8368원씩, 647만가구에 1300억원의 전기료를 깎아줬다. 다만 전력 다소비 가구(월 601kwh 이상)는 제외됐다. 이듬해 7~9월에도 2200만가구에 4200억원의 부담을 덜어줬다.
출처 : 경향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