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국군기무사령부 ‘계엄령 검토 문건’ 작성 논란을 정쟁으로 몰아가고 있다. 노무현 정부를 끌어들이며 ‘계엄령 문건’의 물타기를 시도하는 데 이어 기무사의 불법 행위를 제기한 시민단체 대표의 ‘성정체성’도 공격했다.
국방부 특별수사단이 계엄령 문건 작성자들을 소환 조사하고 기무사 개혁안 발표가 임박한 상황에서 당시 정부·여당의 책임론이 제기될 경우 파문 확산을 차단하려는 대응으로 해석된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31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기무사가 대응 문건을 작성했다는 제보를 받았다. 2016년 대응 문건뿐만 아니라 2004년 대응 문건도 국민 알권리 차원에서 반드시 진위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도 기무사 대응 문건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부각하려는 것이다.
또 신보라 원내대변인을 통해선 “송영무 장관과 기무사 장교 간 진실공방과 하극상 논란, 군인권센터를 통한 군사기밀 유출 의혹 등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군기문란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기무사를 비판해 온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의 성정체성을 문제 삼았다.
김 원내대표는 임 소장을 두고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해 구속된 전력이 있고, 성정체성 혼란을 겪는 자가 군 개혁을 주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문재인 정권과 임 소장은 어떤 관계인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사건의 본질과 무관할 뿐 아니라 명백한 성소수자 혐오 발언이다. 군인권센터는 기무사 계엄령 검토 문건을 공개하고 ‘표적 감청’ 의혹을 제기한 단체다.
김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및 오찬 기자간담회에서도 “(TV) 화면에 (임 소장이) 화장을 많이 한 모습으로 군 개혁을 얘기하는 상황” “군 개혁을 하려면 적어도 군 생활을 해야 한다” 등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동성애 혐오 정서가 강한 보수층을 자극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임 소장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공당의 원내대표 입에서 나온 소리인지 시정잡배가 한 소리인지 믿기지 않았다”면서 “한국당이 보수가 아니라 극우로 가겠다는 커밍아웃인지 이해가 안된다”고 맞받았다. 또 “(한국당이) 논리가 부족하니 하등 상관이 없는 내용까지 끌어와 물타기를 시도한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의 이 같은 대응은 ‘위기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을 고리로 ‘군 장악’을 시도한다고 의심하던 터다. 문 대통령이 지난 7월10일 계엄령 검토 문건 관련 수사를 지시하자 한국당은 “적폐몰이를 하거나 국가 기관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로 수사를 해서는 안된다”(윤영석 수석대변인)고 논평한 바 있다.
수사 결과가 ‘내란음모’로 규정되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에 버금가는 ‘보수궤멸 시즌2’가 재개될 것이라는 우려도 깔려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당시 정부·여당의 연루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출처 :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