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를 총괄하는 양제츠 정치국원(사진)이 이달 중순 비공개로 방한해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을 면담했던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북·미 비핵화 협상의 진척 방안, 특히 한반도 종전선언 문제가 논의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남·북·미 중심으로 추진되던 종전선언에 중국이 참여하는 문제도 다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베이징 소식통은 이날 “2주 전쯤 양 정치국원과 쿵쉬안유(孔鉉佑) 외교부 부부장이 방한해 부산에서 정의용 실장을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종전선언 등 한반도 평화 관련 4자 회담의 틀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쿵 부부장은 지난 25~27일 방북했고, 양 정치국원은 19~29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아프리카 순방에 동행했음을 감안할 때 방한 시점은 이달 중순으로 추정된다.
양 정치국원의 정확한 방한 목적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종전선언 문제를 논의했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남북은 4·27 판문점선언에서 “남북은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 종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종전선언 논의 주체에서 배제되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에 출석해 “중국도 한반도 문제에서 같이 협력해야 할 중요한 상대국이며 장기적으로는 합의의 무게를 더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양 정치국원 방한을 기점으로 한국 입장이 다소 달라진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쿵 부부장이 방한 이후 방북해 종전선언 논의에 중국의 참여 문제를 논의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 소식통은 “한국 정부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해 중국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으며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mail protected]
출처 :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