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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박, 친노´ 김병준의 새 보수 실험

    • 조아라 기자
    • |
    • 입력 2018-07-31 10:02
▲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 뒤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김병준 비대위’ 체제가 완성된 후 첫 대외 행보가 봉하마을 방문이라는 점은 상징적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새로운 시대, 탈국가주의 시대를 열 때가 됐다”고 말했다. 

‘반박정희, 친노무현’. 김 비대위원장이 지난 17일 비대위원장 취임 이후 내건 ‘깃발’이다. 박정희식 개발과 문재인 정부의 국정기조를 모두 국가주의로 규정하며 맹렬하게 비판했다. 반면 자유와 분권을 강조하며 ‘노무현 정신’을 앞세웠고 계승자를 자처했다. 박정희의 그림자가 짙은 한국당에선 반발 조짐이 나오면서 노선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보수정당의 노선 투쟁 ‘실험’은 2004년 총선 참패 뒤 박세일 전 의원이 제안한 ‘보수의 사상전’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공식 회의 발언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노선 전환의 나침반을 분명히 했다. 경제에서 국가주의를 버리겠다고 한 것이다. 남북 관계도 ‘안보’보다 ‘평화’에 방점을 찍었다. 발언으로 보면 박정희 정부가 잉태한 이념과 절연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박정희식 국가 개입에 동의하는 사람은 같이 갈 수 없다”며 “조국근대화와 안보제일주의로는 미래세대를 이끌 수 없다”고 했다. 한국당 대표실에 걸려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을 떼어내고 싶다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에도 국가주의 프레임을 작동시켰다. 그는 이날 “‘먹방 규제’를 한다고 한다. 이런 것 자체가 국가주의적 문화”이라고 지적했다. 18일에는 학교 커피자판기 설치 금지법 개정안 공포를 언급하며 “국가주의가 사회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날선 비판은 유력 대권 주자가 부재한 보수정당에서 지도자로 부상하려는 그의 ‘정치적 욕망’과도 맞물려 있다. 문재인 정부의 약한 고리를 경제로 보고 이를 집중이슈화시켜 보수세력의 재결집을 노리는 것이란 시각도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타진하기 위해 그와 접촉했던 한 중진 의원은 “박원순 시장 이야기를 할 줄 알았는데 문 대통령과 싸우겠다고 해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반면 자신이 몸담았던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는 자율, 시장, 분권을 중시했다며 긍정 평가했다. 그는 정국 현안에 대한 질문에 자주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면~”이라는 표현을 쓰며 답변한다. 한 핵심 의원은 “가치라는 측면에서 노 전 대통령의 적자는 문 대통령이 아니라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친문 진영은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17일 “당신의 출세를 위해 노 대통령을 입에 올리거나 언급하지 말아주시기를 당부 드린다”고 발끈했다. 김 위원장은 “그건 노무현 정신을 왜곡하는 것이다. 노무현 정신은 여기도 대한민국, 저기도 대한민국이다”고 반박했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4일 국가주의 비판에 대해 “특정 프레임을 씌우려는 시도”라고 공격했다.

김 위원장의 수술대에 오른 한국당 구성원들의 고민은 좀더 근본적이다. 그는 당 쇄신의 제일 목표로 가치혁신을 제안했고 이를 위해 이날 ‘좌표·가치 재정립’ 소위를 구성했다. 그의 ‘성공’은 냉전반공주의와 박정희식 국가주도 개발로 요약되는 기존 노선의 폐기로 귀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김 위원장과 의원들 간 식사 자리에서 마찰음이 나왔다. 한 중진 의원은 “박정희 정부에 지나치게 비판적이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현 시점에서 그런 발전 노선은 부적합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노무현 정부는 국론 분열 등 부정적인 측면이 훨씬 많다”고 했다. 당 관계자는 “우리가 수용가능한 마지노선은 김대중 전 대통령(DJ)이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자신의 ‘소신’을 밀어부치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많다. 강경 보수 일색의 당내 구성원들이 쉽게 수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한국당을 혁신·청산해야 하면서 동시에 정치적으로 착근해야 하는 그의 처지도 있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김 위원장의 메시지도 다소 오락가락한다. 그는 이날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 문건에 대해 “쿠데타나 내란음모로 보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다”며 당내 강경파의 입장에 동조했다. 반면 한국당의 기존 당론과 배치되는 보유세 인상에 대해 “나는 좀 다르다”고 찬성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 한국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이 극렬 저항했던 종합부동산세의 설계자이다.

위원장이 향후 적극적으로 노선 전환을 시도할 경우 당내 논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첫 충돌지점은 안보나 세제 문제가 될 공산이 크다. 한 재선 의원은 “내 아들이 군대가면 전쟁 안 나길 바라는 것이 국민 다수의 마음”이라고 동조했다. 반면 다른 중진의원은 “홍준표 전 대표가 ‘쇼’라고 한게 말이 거칠어서 그렇지 진실 아니냐”며 “안보는 쉽게 건드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한신대 윤평중 교수는 “김 위원장이 안보를 위해 인권까지 무시하자는 냉전반공주의를 벗어나자고 한 것은 아주 정곡을 찌른 것”이라며 “당내에서 앞으로 반발이 거세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또 “그가 말하는 국가주의는 ‘권위주의적 국가주의’로 이해된다”면서도 “하지만 시민사회, 지방분권, 자율성에 친화적인 문재인 정부를 국가주의로 비판하는 것은 의문이다”고도 했다. ‘김병준표 보수 혁신’이 실험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강병한·허남설 기자 [email protected]

출처 : 경향신문

조아라 기자 | 조아라@tvcc.publishdem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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