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읽어주는 여자-제 1편: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여자라면 이 세상 어디를 가던 가슴 속에 로맨스 하나 심어놓고 산다. 그리고 힘들 때, 지칠 때, 심심할 때 가끔씩 내 가슴 속 그 로맨스를 살펴보면서 위로와 위안과 꿈을 키워나간다. 하지만 이 세상에 자신이 원하는대로 '운명의 사랑'에 빠지는 여자의 숫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인류 전체 역사를 통틀어봐도 그런 경우는 손에 꼽히기에 공민왕과 노국공주처럼 세기의 사랑을 펼친 이들의 이야기가 매스미디어를 타고 지금까지도 전설처럼 내려오는 것이리라.
그렇기 때문에 현실에서 '운명의 사랑'을 만나지 못한 대다수의 여자들은 책으로, 드라마로, 영화로 눈길을 돌린다. 그 환상의 세계에는 메마른 그녀들의 가슴을 촉촉히 적시고, 설레게 하고, 흔들어놓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가득하니까. 그렇기 때문에 로맨스란 장르는 글자가 없었던 그 머나 먼 선사 시대부터 지금까지도 엄청난 소구력을 발휘하며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렇다. 로맨스야말로 가장 원초적인 '여자의 로망'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코너에서는 '여자의 로망'을 제대로 충족시켜주는 드라마들을 차례 차례 소개해드리고자 한다. 사랑이 고프고 설렘에 목마른 여자들은 모두 이곳으로 와서 '드읽녀'가 선사하는 절대 마르지 않는 샘물을 마시기를.
요즘 TV에서는 참 볼 게 많다. 전통적인 지상파와 케이블에 더해서 종편까지 생겨났다. 그뿐만이 아니라 모바일이나 인터넷을 통해서도 드라마를 쉽게 볼 수 있다. 너도 나도 드라마를 편성하고 방송한다. 그리고 모두 '제발 우리 드라마를 봐달라'고 아우성을 친다. 그런데 볼 게 워낙 많아지니 도대체 뭘 봐야 될지 모를 지경에 이르게 된다. 달달하고 설레는 로맨스가 필요한데 대체 어디서 그 맛을 찾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여자들은 오늘 '드읽녀'가 픽한 이 드라마를 보시라.
바로 자칭 타칭 "열일곱에 코마에 빠져 서른이 돼 깨어난 '멘탈 피지컬 부조화女'와 세상과 단절하고 살아온 '차단男'. 이들의 서른이지만 열일곱 같은 애틋하면서도 코믹한 로코"를 표방하는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이다. 이 드라마, 제목부터가 참 요상하다. 나이는 '서른이지만 열일곱'이라고? 이쯤되면 시청자들과 농담 따먹기라도 하자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이하 서른일곱)은 '올드 미스 다이어리', '지붕 뚫고 하이킥' 등의 시트콤을 지나 '고교처세왕', '그녀는 예뻤다' 처럼 트랜디한 로코믹 드라마 장인으로 거듭난 조성희 작가와 '너의 목소리가 들려', '피노키오',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 등 로맨스와 다른 장르가 결합된 독특한 감성 드라마의 대가 조수원 PD가 만나 이끌어가는 드라마이다.
거기다 올해 KBS '황금빛 내인생'으로 제대로 잭팟을 터뜨린 신혜선, 작년 SBS '사랑의 온도' 로 대세 입증을 한 양세종이 주연을 맡았다. 그야말로 믿고 보는 제작진들과 배우들이 만나 이뤄진 환상의 드림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드라마의 알맹이는 충분히 그 이름값을 해내고 있다는 걸 증명한다.
이 드라마는 시작한 지 첫 주만에 지상파와 케이블을 가리지 않고 압도적인 동시간대 드라마 1위를 차지하며 많은 시청자들을 매혹시켰다. 대체 그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그 답은 바로 캐릭터와 감성, 사건의 조율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주인공인 우서리(신혜선)는 중학생 시절 부모님을 불의의 사고로 모두 잃은 뒤 그녀를 깍듯하게 아끼는 외삼촌 부부 밑에서 자란다. 그리고 우서리는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소녀로 각광받는다. 어디를 가든 악보를 보고, 음표를 떠올리느라 땅을 보고 다녀 사고 나기 일쑤인 우서리는 친구인 노수미로부터 '헐랭'이라며 놀림 받지만 누구나 사랑할 수밖에 없는 밝고 활발한 여고생이다.
그런 그녀를 서리와 동갑인 남학생 공우진(양세종)은 우연히 육교 위에서 처음 보고 첫눈에 반한다. 우진은 서리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버스에서 자신에게 길을 물으러 다가온 그녀를 다시 만난 순간, 어떻게든 붙잡고 더 가까워져야겠다고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서리와 같이 있고 싶은 마음에 우진은 한 정거장 더 내리라고 한 일을 평생토록 후회한다. 자신이 버스에서 내리고 나서 서리와 친구인 수미가 탄 버스가 5중 추돌 사고를 당한 현장을 눈앞에서 목격하고 말기 때문. 현장은 말 그대로 처참했다. 우진은 병원까지 맨발로 뛰어가지만 결국 뉴스를 통해 자신의 첫사랑이 죽었다는 걸 깨닫고 만다. (사실 이 과정에서 오해가 있지만, 스포일러가 될 테니 자세히 밝히지는 않겠다) 그 일로 좌절한 그는 한국을 떠나 세상에서 자신을 차단시키고 만다.
사고로 인해 코마 상태에 빠진 서리는 장기 입원 병원에서 13년이라는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서리는 17살 꽃다운 소녀에서 20대를 건너뛰어 30세가 된다. 13년 만에 기적적으로 깨어난 서리는 자신이 잠든 사이에 변한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다. 그리고 열여덟도, 스물도 누려보지 못한 채 서른살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하지만 서리는 서른 살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재활 치료도 도중에 그만두고 옛날에 살던 혜인동으로 뛰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서리는 변해버린 세월의 무게를 맞이한다. 그러나 단 한 곳, 예전에 외삼촌과 살던 집은 변하지 않았다. 처음 보는 가사도우미가 그녀를 맞이하긴 했지만 집은 그대로였다. 그때 같이 살던 강아지도 아직도 살아있었다.
서리는 드디어 집에 돌아왔다는 안도감에 침대에 지쳐 쓰러진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낯선 남자의 입맞춤에 눈을 뜬다. 근데 그는 서리가 집에 오는 도중 공원에서 마주쳤던 물건만 보면 줄자를 재는 '변태 새끼'였다! 사실 그 '변태 새끼'는 13년 전 그녀를 마음에 뒀던 우진이지만, 털을 덥수룩하게 길러 산적이 된 우진을 그녀가 알아볼 리 없었다. 우진 역시 그런 서리가 13년 전에 죽었다고 생각한 자신의 첫사랑이란 걸 알아보지 못한다. 그는 누나 부부의 장기 출타로 인해 한국에서 혼자 지낼 고3 조카를 돌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 그런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조카가 아닌 웬 처음 보는 여자가 집에 있단 말이지? 그리고 그들의 기가 막힌 동거 생활은 이제 막 시작된 상태이다.
'서른일곱'은 남녀주인공이 다시 만나 '서른이지만 열일곱인' 그들의 어긋난 시간이 다시 맞춰지게 되는 과정을 코믹하면서도 만화적이게, 때론 과장되지만 신선하고 재치있게 그려낸다. 충격적인 버스 충돌 5중 사고로 시작되고 나서 남녀주인공의 변화를 세심하고 감각적으로 담아낸다. 그리고 그들이 얽히는 과정을 통해 그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재미를 만들어낸다.
아직은 로맨스보다 코미디가 강하지만 고등학생 시절의 풋풋한 첫사랑, 13년을 잃어버리고 갑자기 서른이 되어버린 자신에 대해 혼란스러워하고 슬퍼하는 서리의 심리, 서리의 일로 세상을 차단해버린 자신이 서른인 걸 알지만 마음의 시간은 열일곱에 멈춰져 있는 우진의 심리 또한 놓치지 않고 제대로 포착해 그려낸다. 그리고 가사도우미 역의 예지원, 우진의 조카 찬이(삼촌과 조카 사이임에도 이 역할을 맡은 안효섭은 우진 역의 양세종과 3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길가에 떨어져있는 병아리마저 놓치지 않는 세심한 그를 주목하길) 역의 안효섭 등 매력적인 조연들이 받쳐줘서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서른이지만 열일곱인' 그들이 어떻게 그동안의 간극을 메우고 사랑하게 될지 매우 기대되고 궁금하게 만든다. '서른이 서툰 그 여자'와 '세상이 서툰 그 남자'가 과연 어떤 사랑을 하게 될지 궁금하지 않으신가? 이 드라마는 당신의 심장을 반드시 계속 두근거리게 만들 드라마이다. 오늘의 픽!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가 깨울 연애세포의 기적을 절대로 놓치지 마시라!
강주현 기자 juhyun@tvc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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