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에서 날아오는 ‘종다리’가 한반도의 불볕 더위를 식힐 수 있을까. 현재로선 예측 불가다.
지난 25일 새벽 괌에서 발생한 올해 12번째 태풍 ‘종다리’에 사람들이 시선이 쏠리고 있다. 26일 현재 강도는 중간 크기는 소형이다. 29일 오전 9시쯤 일본 도쿄 서쪽 해상을 지나 일본 본토를 관통하고, 30일 오전에는 독도 동쪽 약 120㎞ 해상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종다리는 북한에서 제출한 이름이다.
북태평양고기압의 기세가 너무 강력해 앞선 태풍들은 모두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한반도를 비껴갔다. 10호 태풍 암필은 한반도에 습기를 불어넣으면서 온도를 식히기보다는 오히려 지난 주말 폭염을 부추겼다.
종다리가 관심을 받는 이유는 역 ‘C’자로 움직이는 진로 때문이다. 일반적인 태풍의 진로인 ‘C’자 형태와는 정반대로 움직이면서 동해로 진출하게 됐기 때문이다. 종다리는 현재 북태평양 고기압이 약해진 지역을 따라 올라오고 있다. 종다리는 북태평양 고기압에 막히면, 상층의 저기압성 소용돌이를 만나 왼쪽으로 방향을 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드물긴 하지만 아주 없는 형태는 아니다.
오는 30일 동해에 도달하는 종다리는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세 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태풍이 온대저기압으로 변해 한반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중위도 지역에서 태풍은 반시계 방향으로 돌기 때문에 동풍을 보내고, 고기압은 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서풍을 보낸다. 둘이 만나면 대기불안정으로 소나기가 내릴 수 있다. 이 경우 우리나라에 비를 뿌리고, 폭염으로 달궈진 대기가 조금 식을 수 있다.
두 번째 가능성은 저기압으로 변하는 것은 똑같은데 동풍이 불어들면서 오히려 폭염을 가중시키는 상황이다. 동해안 일대는 선선해지지만, 태백산맥을 타고 내려오면서 고온 건조해진 바람(푄현상)이 중부지방을 ‘불바다’로 만들 수도 있다. 이 경우 태백산맥 서쪽 지역, 서울이나 충청권, 호남 지역에선 오히려 기온이 올라갈 수 있다. 다만 태풍 암필과는 달리 한반도에 습기를 불어넣을 가능성은 적다.
마지막은 태풍이 올라오면서 우리나라를 덮고 있는 열돔을 약간 흐트리는 경우다. 비가 내리지는 않아도 더위는 조금씩 누그러질 수 있다. 이 경우 1~2도씩 기온이 조금 낮아질 수도 있다.
현재로선 북태평양고기압의 기세가 너무 강해 태풍이 큰 영향을 주기 어렵다는 예상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일본 본토를 지나는 과정에서 태풍의 힘이 빠질 수 밖에 없다. 윤기한 기상청 사무관은 “변동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는 폭염과의 관계를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올해 더위가 장기화되면서 1994년의 ‘역대급 더위’를 넘어설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최악의 폭염이었던 1994년에는 ‘월트’, ‘브랜든’ 등의 태풍이 한반도에 비를 뿌리면서 잠시 더위를 식혀 ‘효자 태풍’이라 불리기도 했다.
중복(中伏)인 27일도 전국에 ‘가마솥더위’가 이어진다.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24∼28도, 낮 최고기온은 32∼37도로 예보됐다. 지역별 낮 최고기온은 서울·대전·전주 35도, 광주·청주 36도, 대구 37도 등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무더위가 계속되고 밤사이에도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이 많을 것”이라며 “고온인 상태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어 열사병과 탈진 등 온열 질환 관리와 농·수·축산물 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출처 :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