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원대 사기 혐의로 기소된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의 실소유주 측이 법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지난 8일 빗썸 실소유주인 이모 전 빗썸홀딩스·코리아 이사회 의장 측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 심리로 열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 첫 공판에서 “피고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무죄라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변호인은 “피고인에게는 범행 동기와 기망 행위가 없었다”라며 “검찰은 여러 돌발 변수를 피고인이 알고 있었고, 치밀히 의도했단 것을 전제로 인위적으로 공소사실을 구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이 공소 사실에 피고인의 재산상 이익 시점을 뒤섞어 투망식으로 열거했는데, 범죄의 구성요건 사이 구체적인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라며 “이씨와 피해자 사이 체결된 다수의 계약서 중 어떤 부분이 어떤 피해를 야기했는지 등 인과관계를 분명히 밝혀 달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씨는 2018년 10월 김모 BK그룹 회장에게 빗썸 인수를 제안하면서 이른바 ‘빗썸코인(BXA)’을 발행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 상장시키겠다고 약속한 후 계약금 명목으로 약 1,120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의 제안을 들은 김 회장은 BXA를 선판매해 얻은 대금을 빗썸 지분 매수자금으로 일부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BXA는 빗썸에 상장되지 않았고, 김 회장의 빗썸 인수도 무산됐다.
BXA에 투자한 피해자들은 이씨와 함께 김 회장도 고소했지만, 수사기관은 김 회장 역시 이씨에게 속은 피해자로 보고 처벌하지 않았다. 이씨를 고소했던 김 회장은 사건의 첫 증인으로 채택돼 이날 법정에 출석했다.
특히 이모 전 의장의 형사재판은 변호사들로 법정이 꽉 차는 이례적인 모습도 연출됐다. 규모가 작은 소법정이며 코로나19로 좌석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있지만, 이 전 의장 측의 변호인이 10명 넘게 출석한 것이다. 때문에 당사자 외 일반 방청은 사실상 제한됐다.
법원은 본법정이 당사자들과 변호사들로 꽉 차서 방청이 불가능해지자 모니터 중계를 해주는 중계법정을 마련했지만, 여기에도 본법정에 들어가지 못한 변호사들과 관계자들이 몰려 일반 방청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이 전 의장은 재판에 넘겨진 이후 변호사 45명을 선임했다. 대형 로펌과 중소형을 합해 법무법인 8곳, 법인에 속하지 않은 개업 변호사 16명을 선임했다. 그 중 로펌 6곳 담당 변호사 26명, 개인 개업 변호사 7명이 순차적으로 사임했다. 현재 법원 선임계 제출 기준으로 12명의 변호사가 이 전 의장 변호를 맡고 있다.
수십명의 변호인을 선임했다가 교체한 것에 대해 피해자 측은 ‘지연 전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공판준비기일에서 피해자인 김모 BK그룹 회장 측은 “준비기일이 두 달 전에 정해졌는데도 피고인이 아무런 의견서도 제출하지 않고 준비기일에 임박해서야 변호인을 여러 명 교체하고 기일 변경을 신청하고 있다”라며 “노골적으로 재판을 지연하려고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 전 의장은 대표적 조세도피처인 지중해 국가 사이프러스(키프로스)에 귀화 신청을 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더욱 다양한 정보 및 방송 관련 소식은
공식 SNS 채널을 통해 확인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