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들이 선도적으로 개인의 의료 데이터를 유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면 국내에서 누구나 개인 건강기록을 관리하고 전달하는 플랫폼을 빠르게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여기에 국가기관까지 나서 의료시장의 블록체인 기술경쟁력을 확보한다면 공공분야에서 변화와 혁신을 이끌 수 있습니다.”
최근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 병원, 차의과학대, 이화여대 병원 등 내로라하는 대학병원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뭉쳤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기관인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추진하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의료정보 유통 프로젝트’에 함께하기 위해서다. 이 프로젝트는 말 그대로 각 병원에서 만드는 환자들의 의료정보를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올리고 각 병원들끼리 주고 받으며 유통해 보는 실증사업이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의 기술 위탁기관으로써 개발과 실증을 이끌어갈 기업이 바로 메디블록(MEDIBLOC)이다.
23일 서울 역삼역 위워크에서 만난 고우균(사진) 메디블록 대표는 고 대표는 “의료기관, 기업, 정부기관이 힘을 합쳐 블록체인에 기반한 의료 네트워크를 구축해보고 가능성을 살펴볼 더없는 기회”라며 “실제 의료기관에서 시행되는 과제인 만큼 프로젝트를 업그레이드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여러 대학병원의 환자 의료정보가 블록체인에 기록되고 이를 유통할 수 있게 된다면 이는 의료서비스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고 대표는 “현재 개별 의료기관 중심의 의료정보시스템의 경우 데이터를 100% 신뢰할 수 없는데다, 데이터 사용 측면에서도 언제 어떻게 사용하는지 투명하지 않다”며 “블록체인에 의료정보를 기록해 이를 환자가 직접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면 병원이 아닌 환자가 의료 서비스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지금은 한 대학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다른 병원으로 옮기려면 기존 병원의 검사 기록을 모두 일일이 확보한 뒤 새 병원에 제출해야 한다. 기존 검진 자료를 냈다하더라도 새 병원에서 또다시 검사를 받아야할 경우가 빈번하다. 블록체인으로 연결된 병원에서 환자가 기록을 공유하도록 허용한다면 이 환자는 병원을 바꾸더라도 시간과 비용 낭비를 줄일 수 있는 셈이다.
고 대표는 “국내 대학 의료네트워크 블록체인 상용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개인 건강기록 플랫폼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이는 개인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진단검사비를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고 대표는 이어 “최소 3년에서 5년이 지나면 아주 제한된 환경이지만 대학병원에서 블록체인을 통해 의료정보가 유통될 수 있다”면서 “5년에서 10년 정도 지나면 일반 환자들 모두 이같은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게 된다”고 내다봤다.
고 대표는 메디블록의 서비스와 다른 국내 의료기반 블록체인 서비스들과의 차별점도 언급했다. 그는 “고대의료원이 진행하는 P-HIS 사업단의 경우 기관끼리 데이터를 주고받기 위한 서비스”이라며 “의료기관 간의 데이터 플랫폼은 환자가 크게 개선된 서비스를 느끼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전자문서를 블록체인을 통해 유통하는 애스톤 프로젝트도 언급했다. “엑스블록시스템즈의 경우 검진기록 등 증명서 등을 발행하는 의료제증명 서비스에 국한해서 의료 정보를 유통한다”며 메디블록은 환자가 겪고 있는 의료정보에 대한 공급과 신뢰 부족, 의료정보 이용의 불편 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 대표는 메디블록의 전략수립과 운영관리를 총괄하고 있다. 카이스트, 콜롬비아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삼성전자에서 실무를 쌓은 개발자 출신인 그는 삼성전자 갤럭시S팀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일을 그만두고 치의과 대학원에 입학해 치과의사로서의 길을 걸었다. 실제 의료현장에서 환자들과 의학연구자들이 겪는 문제점을 경험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방법을 모색하다 찾은 답이 바로 블록체인이다.
고 대표는 최근 메디블록의 해외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메디블록은 최근 보험 블록체인 프로젝트인 폴리시팔네트워크(PolicyPal Network)와 업무협약을 체결, 세계시장을 목표로 프로젝트를 확장하고 있다. 폴리시팔은 금융소외자를 위해 블록체인 기술과 보험산업을 연결하려는 프로젝트다. 싱가포르 내 정식 등록된 보험 중개 사업체로 알리안츠(Allianz), 악사(AXA), 아비바(Avivia), 인컴(Income) 등 글로벌 보험사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있다.
이 회사는 상해보험과 질병보험, 장애보험 등 건강 기반의 보험상품 파내를 확대하고자 메디블록과 손을 맞잡았다. 고 대표는 “메디블록이 한국에서 시장을 확보하고 있다면 싱가포르 기반의 폴리시팔은 이미 아시아 시장을 확보하고 있다”며 “블록체인의 장점은 장벽 없이 세계 네트워크로 뻗어 갈 수 있다는 점에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메디블록은 지난 5월 자체 블록체인을 플랫폼 구축을 선언하고 이에 앞서 이더리움 ERC20 프로토콜 기반 토큰을 발행했다. 기존에 퀀텀(QTUM) 위에 올라가는 분산형 애플리케이션(Daap)으로 서비스를 개발했으나 서비스 확장을 위해 자체 메인넷을 구축하기로 했다. 고 대표는 “기존 플랫폼 위에서는 원하는 컨트롤을 할 수 없어 서비스 운영에 일부 제약을 받았다”며 “메디블록에 가장 최적화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자 자체 네트워크 구축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QTUM 기반의 메디(MED) 토큰과 더불어 ERC20 기반의 토큰도 추가 발행했다. 이더리움은 현재 가장 빠르게 확장성을 갖추고 있어 MED토큰에 대한 접근성을 크게 향상 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메디블록의 메인넷은 내년 초 출범 예정이며, 메인넷 구축 후 QTUM· ERC20 기반의 토큰은 스왑을 통해 자체 토큰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신은동기자
출처 :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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